첫 일본 여행을 나고야에서 시작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나고야에 새로 생긴 테마파크였던 '지브리 파크'에 가기 위해서였다. 하루는 온전히 지브리 파크에 투자를 하겠단 마음으로 왔기 때문에 둘째 날이 밝자마자 가벼운 마음으로 숙소를 나왔다.
숙소에서 지브리 파크까지
지브리 파크로 가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는 제일 안전하고 틀릴 확률이 낮은 전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환승도 한 번 해야 하고, 전철에서 모노레일로 갈아타야 하는 희귀한 경험도 해서 조금 번거롭게 느낄 수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이 날은 그마저도 조금 재밌게 느껴졌다. 마치 테마파크가 아닌 지브리 세계로 직접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가던 길에 풍경이 이랬어서 더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뭔가 지브리 감성이 느껴지는 느낌?)
모노레일에서 내려 역을 나오면 지브리 파크가 보이기 시작한다.
첫 번째 입구를 지나 긴 도로를 쭉쭉 나아가다 보면 나의 심장 뛰게 만드는 두 번째 관문이 나타난다. 밑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인데, 여기서부터 진짜 뭔가 시작되는 느낌이라 가슴이 콩닥거렸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온 뒤 다시 길을 따라 쭉 간다. 가는 길에도 볼것들이 꽤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지브리 파크 안에서도 '지브리의 대창고'라 불리는 구역이었는데, 이곳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인지 눈에 띄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브리 파크는 구역마다 입장할 수 있는 표를 나눠서 팔고 있는데, 치열한 티켓팅 전쟁에서 실패한 우리들은 '지브리의 대창고'밖에 표를 구할 수 없었다. 이곳이 제일 인기 있는 구역이기도 해서 크게 불만은 없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아쉬운 마음이 살짝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브리의 대창고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이색 풍경들. 여기서부터 진짜 내가 왔구나 싶어서 텐션이 아주 머리끝을 찌르게 된다.
인포메이션 데스크까지 지나고 나면 정말로 완전히 들어온 것이기 때문에 온전히 이 세상을 즐기면 된다. 사진은 최대한 이곳에 공간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골라보았다. 눈 돌리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지브리와 관여된 것들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즐기면 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루 밑 아리에티.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벼랑 위의 포뇨.
추억의 마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
정말 지브리로 가득 찬 공간 그 자체.
걷고 또 걸어도 지브리와 관련된 모먼트들이 사방 곳곳에 있다. 정말 대창고란 이름에 걸맞은 테마파크였다.
한참을 걷고 기다리고 걷고를 반복했더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우렁차게 울린다. 대창고안에 다른 식당은 없고 기념품점 옆에 '밀크 스탠드 시베리앙'이란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빵과 우유를 팔고 있는 걸 보고 바로 구입. 다행히 내가 살 땐 줄이 없었는데, 운이 안 좋으면 여기서도 엄청난 인파를 마주칠 수 있다.
빵이 맛있고 우유가 고소해요.
(근데 진짜 뻥 안치고 우유가 진짜 고-소고소하고 넘 맛있었다.)
진짜 볼 것이 너무 많고... 사람도 너무 많고...
아침 일찍 왔는데 점심쯤에 지나니 기운이 아주 쪽 빠져버려서 돌아다닐 의욕이 완전 꺾여버렸다.
찢어져 구경하고 있던 일행들과 다 같이 모여 서로의 얼굴을 보니, 다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느껴져서, 대창고하고는 여기서 안녕하기로 했다.
사요나라, 지브리 파크.
기회가 된다면 언젠간 한 번 더 올 수 있기를.
(체력도 더 길러올게.)
지브리 파크에서 오스 상점가로
아침부터 하늘이 꼬릿꼬릿하더니, 기어코 빗방울들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이미 체력적으로 지쳤는데, 비까지 오니 갑자기 다운되는 텐션ㅋㅋㅋ.
하지만 어떡해? 우리의 일정은 아직 1/3밖에 안 왔는데.
다시 나고야의 시내로 돌아와 우리가 간 곳은 나고야의 시장 중 가장 크다는 '오스 상점가'.
이곳 디지털 상점가가 일본 3대 디지털 상점가라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봤는데, 그게 팩트인지는 모르겠고 상점가가 크기는 진짜 컸다. 무슨 가도 가도 끝이 없고, 가게도 많고 사람도 많고, 중간부터는 내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어디를 가고 싶은 건지 헷갈려서 방황 아닌 방황을 했다는 사실...
그래도 시장 구경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일본의 정취가 뿜뿜 느껴지는 공간이었던지라 관광하는 재미는 확실히 있었다.
밥도 안 먹고 계속 돌아다녔더니 체력적으로 힘들고 배도 고파서 시장 안의 타코야끼집을 보자마자 당장 여기를 들어갈 것은 권유도 아니고 선언을 했다ㅋㅋㅋ.
일본에서 먹은 첫 타코야끼❤.
하이볼과 먹어보는 게 로망이었는데, 이뤄져서 넘 행복했다.
맛 자체는, 우리나라 타코야끼랑 너무 달라서.... 낯선 식감과 맛에 조금 당황했다ㅋㅋㅋ.
그래도 기본적으로 따끈따끈한 타코야끼는 무적의 존맛 베이스이기 때문에, 호로록 다 먹어버렸다. 하이볼이랑 같이 먹으니깐 쑥쑥 잘 넘어간다.
걷다가 타이야키 발견하고 또 냠냠. 이건 초코빵 안에 딸기 잼 같은 게 들어있어서 돼X바 맛이랑 똑같았다. (맛있었단 소리.)
가다가 드래곤볼 느낌의 동상이 있길래 '이건 또 뭐야ㅋㅋ'하고 낄낄거리고 있었는데, 일행이 이 근처에 점 뽑기 있다는 걸 발견해서 얼른 뛰어가서 점을 뽑았다. 신사 가서 못한 걸 시장길 한복판에서 해버리기ㅋㅋㅋ
역시 이게 여행의 묘미지.
가던 길에 작은 피규어 상점도 하나 있었는데, 호기심에 한 번 들어가 봤다가 우리 장르 히로인과 눈이 마주쳤다. 중고도 아니고 무려 신품인데 가격이 한국에 비해 너무 착했던지라, 그냥 갈 수가 있나. 품에 고이 안아 데려왔다.
신랑도 있었으면 같이 데려왔을 텐데 신부님만 혼자 있었던ㅜㅜ.
정신없이 돌아다녔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이것저것 많이 했었네ㅎㅎ.
상점가가 워낙 커가지고 구경거리도 할 거도 많은 느낌.
나고야에 왔고, 시장구경 사람구경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한 번쯤 가보면 좋은 곳 갔다!
나고야에서 도쿄로!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데 굳이 나고야를 선택했던 이유는 '지브리 파크' 하나였기 때문에, 목적을 달성 후엔 일본의 본고지인 도쿄로 가는 것이 우리의 정해진 일정이었다.
상점가에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써버린 탓에 기차를 놓칠 뻔도 했지만 어찌저찌 도시락(벤또)도 구입해서 탑승할 수 있었다. 말로만 듣고 매체에서만 접했던 신칸센을 타보니 진짜 신기한 느낌.
자기네들 기차 그렇게 조용하다고 자랑하더니, 확실히 좀 조용했던 것도 같고...
도시락까지 먹고 나니 솔솔 오는 졸음에 그대로 기절하고, 다시 눈을 떴을 땐 도쿄에 도착한 뒤였다. 비몽사몽 한 상태로 내려서 숙소까지 어찌저찌 찾아가고, 뭔 정신으로 씻고 침대에 다이브 했는지 모르겠다.
숙소에 도착해서 편의점까지 잠깐 들렀었는데 사진 한 장 안 남은 거 보니 어지간히 피곤하긴 했었나 보다ㅋㅋㅋ.
아무튼 이렇게 무사히 도쿄에 도착해, 내일을 기약하며 둘째 날 밤을 마무리했다.
이상, [2년 전 초 여름, 나의 첫 일본 여행기 in 나고야_DAY 2 (지브리 파크, 오스 상점가) NAGOYA TRAVEL]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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